제23장 고길(古吉)
“아.” 시무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왜냐하면 제가 그 생각을 냈거든요.”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어?”
맹충용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시무단은 아무렇지도 않게 두꺼운 지전 한 다발을 화로에 밀어 넣었다. 불길은 곧 사그라졌지만, 그의 손끝에 다시 불꽃 하나가 일었다. 마치 손가락이 인화봉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전혀 뜨거운 기색 없이 그것을 다루었다.
맹충용은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신기했다. 그는 원래 부잣집 호위 출신으로, 힘이 천성적으로 좋고 무술에 재능이 있어 싸움에 능했다. 하지만 이 대륙에서 진짜 수련자는 극히 드물었고, 시무단처럼 작은 법술이라도 쓸 수 있는 존재는 서민들에겐 거의 신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시무단의 잔재주들을 매우 경외했다.
“안 뜨겁냐?” 맹충용은 용감하게 손가락으로 불을 찔렀다가 즉시 뜨거워서 손을 뺐다.
“진짜 불이잖아!”
시무단은 불빛을 눈에 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별 수 없죠. 형님 밑에 사람은 많지만, 그중 많은 수가 밥 한 끼 먹으려고 따라온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세금도 못 걷고, 작황도 나쁜 데다, 길거리에서 강도 짓 할 수도 없고…… 그럼 뭘로 이 사람들 먹여 살리겠어요?”
“아!” 맹충용은 그제야 깨달은 듯 외쳤다.
“우리가 그 최씨네 집에 밥 얻어먹으러 간 거였구나!”
“음…… 그렇게 말해도 되겠네요.” 시무단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지전이 다 타자 그는 벌떡 일어나 외투를 여몄다. 찬 바람이 옷을 뚫고 스며들 듯 느껴졌다.
“전 이제 들어갈게요. 설거지 잊지 마세요.”
맹충용은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손바닥 같은 큰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너, 나이에 비해 너무 생각이 많다. 그러다 오래 못 산다.”
이 말은 사실 맹충용의 생각이 아니라, 고회양과 육삼(육운주)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겉으론 웃고 떠들고, 식탁 위에선 고기 하나도 허투루 놓치지 않지만, 시무단은 어딘가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그가 아무 망설임 없이 화로 앞을 털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맹충용은 갑자기 그 말이 떠올랐다.
시무단은 원래 밤새도록 지전을 태울 생각이었지만, 이 멍청한 덩치한테 들킨 게 어색해져서 대충 마무리 짓고 자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맹충용의 말이 들리자 발걸음을 멈췄고, 대충 응대하듯 한 마디 툭 내뱉은 뒤, 나무 문을 살짝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은 “끼익” 소리를 내며 닫혔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고회양에게는 몇 명의 결의형제가 있었다.
그 자신이 큰형, 둘째는 곡봉(瞿封)이라 했으나 이미 전사했고,
셋째는 육운주(陆云舟)로, 무림 출신답게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이었으며, 어린 딸 육로(露儿)와 함께 지냈다. 그는 거의 출수하지 않았지만 무공이 매우 높다고 알려진 인물로, 과거의 이명도 있었으나 본인이 언급하기를 꺼려 모두들 침묵했다.
넷째는 표사(镖师)의 미망인 이여상(李如霜), 일명 이사낭(李四娘)으로, 미모와 상냥한 말투 뒤에 두 갈래 채찍을 지닌 강인한 여성이었다. 누구도 그녀를 건드릴 생각은 못했다.
다섯째는 바로 맹충용.
시무단은 억지로 끼어든 ‘여섯째’였지만, 형님들에게는 아들 같은 존재였다.
“안경왕” 최호는 사실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이 무리들이 똘똘 뭉쳐서 따로 논다는 걸 알고 있었고, 처음 고회양이 사람을 데리고 귀순했을 때 내심 기뻤지만, 그의 책사 괴자장(拐子张)은 곧장 경고를 줬다—“호랑이를 길러 화를 자초하지 마시오.”
괴자장은 원래 장부를 보던 관리였고, 염소 수염을 기르고 있었으며, 마치 반역군 책사로 태어난 듯한 외모였다.
그는 말했다.
“고회양은 싸움도 잘하고, 글도 읽고, 인망도 있어요. 그냥 깡패랑은 달라요. 이건 지식 있는 깡패죠. 위험합니다. 지금은 상황 보고 피신했지만, 틀림없이 기회를 노려 최호님 자리를 빼앗을 겁니다.”
최호는 괴자장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었고, 곧장 고회양의 세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계략을 세웠다.
그는 고회양에게 인원들을 자기 부대에 편입시키라 명령했고, 고회양은 매우 시원스럽게 동의하며 빨간 머릿수건을 나눠주고, “추억이니까 하나씩 가져가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홍건군(红巾军)’은 최호의 군대에 섞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모래에 쌀 몇 톨 뿌리는 격이었다. 분명히 선을 그은 상태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패싸움을 벌였다.
최호는 매일 음악 듣고 여인들과 어울릴 시간조차 줄어들었고, 며칠마다 대규모의 분쟁이 벌어졌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싸움이었다. 결국 그는 괴자장의 아이디어가 형편없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더 무서운 건—
처음엔 홍건군만 수건을 썼는데, 나중엔 다른 병사들도 몰래 수건을 매기 시작했고, 심지어 시내 여자들까지 이사숙을 따라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르며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안채든 바깥채든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
최호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졌다고 판단했고, 괴자장과 상의 끝에 고회양 무리를 밖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에게 기회가 생겼다.
안경에서 30리 떨어진 비추산 아래, 작은 산성 ‘고길’에 반란이 일어났고, 스스로를 ‘고길왕’이라 부르는 자가 등장한 것이다.
같은 해녕군 소속으로 두 왕이 생긴 셈이었다.
최호는 이참에 고회양의 부대에 ‘역적 토벌’ 명분을 씌워 내보내기로 했다.
그는 고회양을 저택에 초대했고, 괴자장을 배석시켰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본론을 꺼냈다.
고회양은 시무단만 데리고 참석했다.
육운주는 말없는 성격이라 오지 않았고, 이사낭은 여인이라 자존심 상해 빠졌고, 맹충용은 괴자장 앞에만 서면 늘 반박이 늦었다.
최왕야가 의분에 차서 반역자가 어떻고 말할 때마다, 고회양은 입꼬리가 경련하며, 최왕야의 얼굴가죽은 “두껍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견고하고 내구성 있으며 칼과 창도 통하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고 느꼈다.
최왕야의 말투는 마치 반역도 먼저 시작한 순서가 있다는 듯, 이유 없이 끼어든 자는 다른 반역자들에게 “역적”으로 몰려 토벌당해야 정의라는 식이었다.
그는 시무단을 힐끗 보았는데, 시무단은 닭다리를 들고 매우 몰입해 뜯고 있었고, 손은 기름투성이였으며, 마치 팔풍도 흔들지 못할 정도였다.
다행히 고대형의 얼굴가죽도 최왕야에 비해 약하지 않아서, 즉시 시도해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물었다. “그렇다면 왕야께서는, 이 역적을 어떻게 토벌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최왕야가 가볍게 기침하자, 괴자장이 즉시 받아서 눈짓을 하며 말했다. “고길 역적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래 두려울 것 없습니다. 왕야께서 생각하시기에 고 대장군께서 갓 등용되셨고, 다소 젊고 혈기왕성한 병사들이 불복할까 걱정이 되어 이번 기회에 고 대장군께 공을 세울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고회양은 얼른 말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왕야께서 길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최왕야는 마치 정말 큰 은혜라도 베푼 것처럼 말했다. “고길성은 좁은 땅에 불과하니,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쉽게 취할 수 있습니다. 회양은 걱정하지 마시오. 그대의 휘하 삼천 홍건군은 모두 정예병으로 보이니, 안경에서 고길까지는 쾌마로 달려도 하루밤이면 됩니다. 그대 병사의 절반과, 삼십에서 오십 대의 수레만 데려가시오. 내가 좋은 전마 백 필을 내려주고, 병사들에게 열흘 분의 건량을 지니게 하면, 식량 보급도 절약할 수 있지 않겠소. 빠르게 다녀오면 될 일이오.”
고길 산성은 관문 아래에 좁은 잔도만 있고, 지형이 높아 가장 방어하기 쉽고 공격하기 어려운 곳이다. 고회양은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이 늙은 토끼야, 너는 우리를 죽으라고 밀어넣는 것도 모자라 병력 절반을 떼어 가둬놓고, 대장이 없는 틈을 타 전부 집어삼키려는 거구나? 체하지나 마라.
시무단은 “퍽” 하고 닭뼈를 깨끗이 씹어먹고는 접시에 던졌고, 최왕야의 체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 또 닭다리를 하나 집어, 굶어 죽은 귀신이라도 되는 듯 빠르게 해결했다.
괴자장은 그가 접시에 쌓아놓은 닭뼈 더미를 보고 얼굴에 경멸을 감추지 못하며 접시를 시무단 앞에 밀며 말했다. “시 소협께서 이것을 좋아하신다면 얼마든지 더 드세요. 왕부에는 많습니다. 우리 안경왕부 말고는 이렇게 제대로 된 닭다리를 먹기 힘들 테니까요.”
시무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 군사 말씀이 옳습니다.”
고회양도 말했다. “부끄럽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아직 최왕야와 괴자장이 대답하기도 전에, 시무단은 뼈가 절반 드러난 닭다리를 흔들며 느긋하게 말했다. “대형, 우리 차라리 더 많이 먹는 게 낫겠어요. 대형은 왕야처럼 계책을 꾸미는 능력도 없고, 내가 보기엔 전쟁에서 질 것 같아요.”
괴자장의 얼굴색이 변하며 염소수염을 비틀며 억지로 말했다. “소협께서 왜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고회양은 급히 중재하며 말했다. “그는 어리고 철이 없어 막말을 했습니다. 왕야와 군사께서 용서해주시길.”
시무단은 또 말했다. “아휴, 대형,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아는데, 대형은 싸우면 반드시 지고, 도망은 제일 빨라요. 우리가 인원 1,500명을 데리고 고길에 간다는 건 고길왕에게 사람과 말, 그리고 아——맞다, 아홉 날치 건량까지 갖다주는 셈이잖아요.”
고회양은 고개를 숙이며 또 말했다. “부끄럽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시무단은 젓가락으로 생선살 한 점을 집어 그의 밥그릇에 넣으며 처연하게 말했다. “대형, 당신도 얼른 많이 드세요.”
최호는 두 사람이 마치 사형수를 위한 마지막 식사라도 먹는 듯한 모습에 마음이 철렁했고,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이 고씨가 불만을 품고 전장에 나가 반역자에게 투항하면 어쩌지?
그는 괴자장과 눈을 마주쳤고, 괴자장은 즉시 왕야의 의심을 알아차려 말했다. “아…하하, 고 대장군께서 너무 겸손하십니다. 고 대장군께서 정말 불안하시면, 사실 천 명을 더 데려가도 됩니다. 대장군이 데려온 말 외에, 왕야께서 다시 말 오십 필을 내려주시겠답니다, 어떻습니까?”
시무단은 또 고회양의 그릇에 달걀을 하나 집어주며 탄식하며 말했다. “대형, 이것도 좀 많이 드세요.”
괴자장은 그 말에 화가 나 눈꺼풀이 움찔움찔했으며, 최왕야는 가볍게 기침하고 말했다. “장 군사가 너무 인색하군요. 내 생각에……고 대장군에게 정예병 셋을 더 붙이고, 전마 백오십 필을 더 주는 게 어떻겠소?”
시무단은 또 족제비가 뜯은 것 같은 닭뼈를 하나 내려놓고 손을 닦은 뒤 배를 두드리며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더는 못 먹겠어요. 왕야, 불쌍히 여겨 남은 건 포장해서 가져가게 해주세요. 우리 홍건군엔 늙고 약한 병사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전쟁 끝나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어요. 너무 불쌍하잖아요.”
최호는 간과 폐가 경련하듯이 당기며, 시무단이라는 사람이 정말 너무 말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슬(pri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