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놀라운 변고
시무단은 창운곡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벌벌 떨고 있는 털뭉치 하나였다. 온몸이 검고 회색으로 얼룩져 있었고, 옆에서 펄쩍펄쩍 뛰는 취평조의 화려한 깃털과 비교하니 더욱 눈에 띄었다.
시무단은 새하얀 털에 까만 눈을 보고 한순간 정신이 흐릿해졌고, 기뻐하며 생각했다.
“이게 백리의 원래 모습이겠지? 리자가 그 검은 기운에 끌려가지 않은 거야!”
그러나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나자, 눈앞이 흐리지 않게 되면서 실망스럽게도 그 더러운 털뭉치는 그저 한 마리 토끼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토끼는 도력이 좀 있는 듯했으며, 아주 통통해서 겉보기에는 토끼 같지 않았고, 얼핏 보면 기름이 줄줄 흐르는 커다란 쥐 같았다.
비록 약간의 영지를 가진 것 같았지만, 그렇게 영민하지는 않았다. 온몸이 지방으로 뒤덮여 있어서 머리는 더욱 작고 불쌍해 보였다.
급하게 피난을 와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중, 이 소년의 몸에 법보가 있는 것 같아 무작정 달려왔고, 가까이 와서야 별반에서 나오는 빛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유발해 도망칠 엄두도 못 내고 몸을 웅크려 벌벌 떨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시무단은 분명 이 토끼를 가지고 장난을 쳤겠지만,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손바닥 안에 쥐고 있던 머리장식을 내려다보았고, 다시 백리가 사라진 동굴 입구를 돌아본 뒤에는 더 이상 어떤 마음도 들지 않았다.
취평조는 머리로 그의 무릎을 살며시 밀며 부드럽게 비볐고, 까만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시무단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레 머리장식의 먼지를 털어내고 품속에 넣은 후, 동굴 입구의 큰 바위를 짚고 일어섰다.
이렇게 일어서고 나서야 그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창운곡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산골짜기 전체가 붕괴되었고, 하늘을 가릴 정도였던 숲은 모두 산돌 밑에 깔려 있었다.
수 장 크기의 균열이 창운곡 전체를 갈라놓았으며, 창운곡 안의 크고 작은 옥처럼 맑은 연못들과 시냇물은 전부 쇠녹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풍운이 변하고, 소년은 바위를 짚은 채 멍하니 서 있다가, 허공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도 마치 얼굴을 가린 듯, 별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부님!” 시무단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몸을 돌려 산 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너무 급히 돌아서다가 발이 걸려 크게 넘어졌다.
시무단은 이를 악물고, 까진 손바닥으로 땅을 짚으며 한참 후에야 일어섰다.
그의 등 뒤에는 폐허가 된 산골짜기가 있었고, 조그만 소년은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아무런 도움도 없이 고집스럽게 산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다.
구록산의 산맥은 마치 무엇인가에 의해 파괴된 듯했고, 평소 익숙하던 산길은 전부 변형되어 있었다.
달은 어둡고 바람은 세차며, 언제든지 드러난 나뭇뿌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벼랑 위에서 굴러떨어진 돌에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한 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또 한 번 넘어졌다.
마치 아픔을 모르는 듯, 땅에 엎드려 있을 때는 거칠게 숨을 쉬고, 피를 차가운 돌에 문지르다가도 일어서면 다시 미친 듯이 위로 달렸다.
취평조는 말없이 그의 머리 위를 날아다녔고, 그가 넘어질 때면 옆에 내려앉아 기다렸다.
심지어 그 멍청해 보이는 통통한 토끼조차 어쩐 일인지 따라왔다.
그 작은 눈으로 사람의 고통을 모르는 듯, 이 옛날에는 선경이었으나 이제는 귀신 들린 듯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관문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시무단은 들어가 크게 외쳤다.
“여기 사람 있어요? 전 무단이에요! 장문사부님의 제자입니다! 아무도 없어요?”
그러나 모든 관문은 텅 비어 있었다.
시무단은 달리는 도중 심장이 폭발할 듯했고, 산꼭대기 근처에 도달했을 때 마지막 관문을 지나면서는 거의 포기한 듯, 의례적으로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후원 정자 아래에서 그림자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살금살금 다가갔고, 그 그림자는 수문 제자 육정이었다.
세대 상으로는 도조의 손자뻘이며, 시무단은 그를 소사숙이라 불러야 했다.
평소 시무단이 뒷산에서 놀다 지나가던 곳으로, 이 대사질과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진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고, 시무단 손의 별반이 빛났다.
그 빛 속에서 시무단은 일종의 탐욕스러운 기운을 느꼈다.
마치 배고픈 야수가 피 묻은 먹잇감을 본 듯한 감각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 별반을 급히 보자기에 넣고, 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육정?”
가까이서 보니 육정은 철갈고리에 온몸이 꿰뚫려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눈은 꼭 감고 있었으나 가슴 언저리에는 약간의 숨결이 있었다……
하지만 곧 끊어질 것 같았다.
시무단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생각했다.
혹시 사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는 한 걸음에 달려가 육정의 상반신을 힘겹게 안아 들고,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
“육정, 나야. 눈 좀 떠봐. 무슨 일이야? 사부님은? 다른 분들은? 왜 산 아래 관문들은 전부…”
그러나 그는 너무 심하게 다쳐 진짜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때 시무단 뒤의 보자기 속에서 별사 몇 줄기가 그의 명령도 없이 스르륵 뻗어 나와 시무단의 반응을 시험하는 듯 조심스레 육정의 가슴의 갈고리에 감겼다.
시무단은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려는 찰나, 그 별사들이 갑자기 밝게 빛나며 갈고리를 타고 육정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그가 가진 마지막 정혼을 미친 듯이 흡수하기 시작했다.
육정은 온몸이 덜컥 떨렸고, 시무단은 깜짝 놀라 손에 감긴 별사들을 강제로 끊어냈다.
다른 별사들은 주인의 뜻을 깨달은 듯, 그의 손에 살짝 닿자마자 재빨리 물러났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잡아당기며 육정의 상처를 건드렸고, 육정은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처음엔 흐렸지만, 이내 무엇인가를 기억해낸 듯 얼굴 가득 공포가 번졌고, 입술은 경련하듯 떨렸다.
온몸이 경련하기 시작했고, 시무단은 급히 그의 뺨을 두드리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나야, 무서워하지 마. 무단이야. 현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부님은? 대사형이랑 사숙은? 산 아래 관문들은 왜 전부…”
그는 조급한 마음에 질문을 쏟아냈다.
육정은 어디서 힘을 짜낸 것인지 죽을힘을 다해 손을 들어 시무단의 손목을 움켜쥐었고, 시무단은 멍하니 있다가 그가 목구멍에서 끌어낸 듯한 죽어가는 목소리를 들었다.
“도망… 얼른… 도망…… 얼른……”
그 말이 막히자 시무단은 그가 손에 힘을 풀어가는 것을 느꼈다.
“육정!”
육정은 눈을 부릅뜬 채, 시무단 등 뒤의 별사들이 다시 꿈틀거리며 이 신선한 시체에서 마지막 정혼 한 줄기라도 짜내려는 듯했으나, 주인의 눈치를 보며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시무단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코 밑에 갖다 댄 뒤, 한참 동안이나 숨을 들이마시고서야 몸이 덜덜 떨리며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의 죽음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죽은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그의 마음속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육정이 죽었다면, 사부님은? 사부님도 혹시…… 가슴에서 시작된 한기가 사지로 퍼지며 손발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고, 시무단은 벌벌 떨며 무의식적으로 발치에 있던 멍청한 토끼를 집어 들고 풀숲으로 숨었다.
취평조도 반응이 빨랐다. 그 옆에 엎드린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이쪽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자량, 가서 한번 보자.”
다른 사람이 응답했고,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시무단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벽담 사숙의 제자 조승업과 황자량이었다. 하루 종일 도망 다닌 끝에 마침내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시무단은 감격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안심한 나머지 일어나려 했을 때, 다리가 풀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입을 열어 사람을 부르려던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조승업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헤, 여기에도 살아남은 놈이 하나 있구나.”
뭐?!
시무단은 발목에 올려놓은 손을 즉시 멈췄고, 옆에 있던 취평조가 바닥에서 몸을 움직이려 하자 그를 꽉 눌렀다. 그는 마음속으로 번갯불처럼 생각을 굴렸다. 조승업이 말한 그 말은 무슨 뜻이지? 육정이 죽기 직전에 왜 그에게 도망치라고 했을까? 그가 두려워했던 건 대체 무엇이었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걸 보니 방금 막 숨졌나 보군.” 황자량이 말했다. “아까 그게 그놈이 움직인 소리였던 거 아냐?”
“그런 것 같아. 창운곡에서 무슨 일인지 커다란 소란이 벌어졌지. 황제의 거처를 놀라게 할 뻔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놈이 여기까지 도망쳐온 거야.” 조승업이 말했다. “가자. 우리 둘이 이놈을 들고 올라가자. 시신을 확인하고 사부께 보고드리자.”
황자량은 웃으며 말했다. “사형, 그렇게 멍청하면 안 되지. 우리 둘이 이 멍청이 시체를 들고 산을 오르다니, 괜히 고생만 하잖아. 내 생각엔 차라리 놈의 머리를 베어 허리에 매고, 나중에 사부께 보여드리는 게 낫겠어.”
조승업은 웃으며 말했다. “일리 있어.”
시무단은 어둠 속에서 눈을 크게 뜬 채,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들이 말한 “사부”, 그게 벽담 사숙이라고? 벽담 사숙이 어쩌다 제자들끼리 서로 죽이고 시신조차 온전히 남기지 않게 된 거지?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취평조의 몸을 더욱 꽉 움켜쥐었고, 그 큰 새는 놀랍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붙잡혀 있었다.
‘안 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 시무단은 속으로 생각했다. ‘따라가서 봐야 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쉰 후, 두 사람이 어느 정도 멀어진 걸 확인하고서야 조심스럽게 기어 나왔다. 그는 조승업과 황자량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비록 십이진인에는 못 미쳤지만, 구록산 전체에서도 꽤나 수련한 자들이었고, 자신은 나이도 도력도 아직 새발의 피였다.
지금도 손발이 다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걷는 모습이 이상했지만, 그는 전혀 방심하지 않았고, 들킬까 봐 극도로 조심했다.
육정이 쓰러져 있던 곳을 지날 때, 시무단은 끝내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말을 주고받았던 사제가 지금은 머리 없는 시체로, 비참하게 땅에 누워 있었다. 다리는 오그라져 있고, 손가락은 약간 굽은 채 무언가를 붙잡고 있는 듯했다.
가슴에 마치 찬물이 끼얹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 후로도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으며, 시무단은 취평조와 토끼 요괴를 데리고 황자량과 조승업을 멀찍이 따라갔다. 산 꼭대기 부근에 이르자, 그곳은 뜻밖에도 불빛이 환했다. 하지만 수비는 뭔가 이상했다. 바깥은 구록산 사람들이었지만, 안쪽은 모두 주홍색 비단 옷을 입고 있었고, 옷에는 벽사신수인 비휴가 수놓여 있었으며, 허리에 칼을 찬 채 살기를 띠고 있었다.
시무단은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고,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 채 한쪽에 숨어 기회를 엿봤지만, 밤새 기회를 잡지 못했고, 어느샌가 구석에서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새벽, 그는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앞의 풀을 몰래 헤쳐보니 틈 사이로 붉은 옷에 칼을 찬 사람들이 갑자기 일제히 양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고, 잠시 뒤, 거대한 의장대가 인파를 가르며 나왔다.
시무단은 그런 의장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큰 바위 뒤에 숨은 채 눈을 크게 떴다.
의장대 뒤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황가의 가마가 있었고, 수행 인원이 많았지만, 일제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출입문 앞에 도달하자, 가마가 멈췄고, 벽담과 반애 두 사람은 현종의 제자들을 이끌고 문 앞까지 배웅 나왔다. 두 사람은 제자들과 함께 무릎을 꿇었고, 벽담은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성가를 배웅하나이다.”
모두가 산을 뒤흔들 듯 “만세”를 외쳤다.
그 가마 옆에 선, 얼굴이 희고 단정한 남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행차—!”
이어 양옆의 무장들이 길을 트고, 가마 행렬은 그렇게 우레 같은 기세로 시무단 앞을 지나갔다. 시무단은 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이게 황제라는 건가?’
바로 그때, 가마 옆을 따라가던 한 남자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시무단이 숨어 있는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시무단은 깜짝 놀라 서둘러 몸을 더 움츠렸고, 한참이 지나자 그 남자는 찜찜한 듯 눈살을 찌푸리고는 다시 가마를 따라갔다.
금슬(pri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