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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객(木苏里 )

제19장

"누구야?!" 그는 발끝을 돌리자 고양이를 안고 돌아섰고, 늘어져 있던 그 손 다섯 손가락 활은 언제든 힘껏 앞으로 사람을 집어들 수 있었다.

 

그가 감지한 바와 같이 약 10미터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다. 단지 그의 예상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은, 그 사람은 그가 느닷없이 몸을 돌리는 것에 놀라서 "헉" 하고 숨을 거꾸로 들이마시며 덜덜 떨었다.

"어떻게 아직도 사람이 있어!당신, 당신 누구야?"
 
 
두 사람 사이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셰바이는 산기슭의 나무 그림자 속에 서서 거의 어둠과 하나가 되었다.그 사람은 마침 나무 그림자 밖에 서서 머리 위의 어두운 달빛에 비쳤다.
 

셰바이는 빛을 빌려 그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 사람은 몸매가 튼튼한 중년 남자로 얼굴이 약간 붓고 키가 크지 않으며 두꺼운 패딩을 입고 손에 낡은 재킷을 들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평범하다.그런데 어느 일반인이 배불리 먹고 겨울날 밤에 집에 있지 않고 이런 황량한 산길로 뛰어다니겠는가?


"여기 왜 왔어요?"셰바이는 갑자기 인내심이 생겨서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며 차분하게 물었다.

'네? 저요?'그 남자는 튼튼하지만 겁이 많은 것을 보고 의식적으로 뒤로 한 걸음 양보했다. 그리고 체면을 세우듯 셰바이 앞에서 두 걸음 걷다가 침을 삼켰다. "저 뭐 좀 태울려고요. 그, 당신은요? 여기 왜 왔어요? 한밤중에..."

셰바이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 사람의 뒷말을 생략하고 계속 물었다. "뭘 태우는데요?"

"옷이요."그 남자는 아직 놀라움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처럼 굳은 표정을 지었다.그는 손에 든 낡은 재킷을 들고 말했다. 

"노인이 돌아가신 지 아직 칠일도 되지 않았는데, 집안이 요 며칠 동안 이상하게 울었어요. 아이가 심하게 울어서 사람을 불러 보았는데, 그는 옷을 두고 잊어버려서 불에 타지 않았다고 했어요. 저,  저는 상자를 뒤져서 안 태운 것을 찾았어요. 그 사람이 저더러 날이 어두워진 후에 산 앞에 올라가서 산을 향해 옷을 태우고 머리를 세 번 절하면 집안이 편할 것이라고 했어요."

 

이 사람은 말투가 어딘지 모르게 사투리 억양이 있어서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듣기에 모호하다.

셰바이는 "아" 하고 대답하자 음질이 차갑고 여전히 어떤 기분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한마디 반복했다. "노인이 돌아가셨어요?"

그 중년 남자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셰바이가그렇게 무섭지 않은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갔다.

셰바이는 조용히 그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몇 걸음 더 다가오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당신 얼굴에 반점이 생긴 거 알아요?"

그 남자는 잠바를 들고 있어서 무심했다. "어? 무슨 반점이요?"

셰바이는 시반(尸斑)이라고 차갑게 말했다.

이 두 글자가 나오자 그 중년 남자는 퉁퉁 부은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벗겨진 인피 외투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수염과 머리카락이 엉킨 검은 그림자가 인피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왔고, 두 개의 기이한 팔뚝이 쓰나미를 일으키며 머리를 싸매고 셰바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셰바이는 이 남자를 보았을 때부터 굽은 다섯 손가락을 놓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면 의외의 일이 조금도 없었다. 손을 뿌리치고 검은 안개를 내뿜으며 옆으로 날아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그물로 번져 검은 그림자 앞에 휩싸였다.

그 그물을 통해 셰바이는 순간적으로 확대된 아이의 얼굴 한 장을 보았는데, 단지 두 눈에 검은 눈을 가리고, 입은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셰바이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다섯 손가락을 가볍게 두 번 고르자 검은 그물 전체가 순식간에 그 기이한 검은 그림자를 그 안에 감쌌다. 그리고 갑자기 거두자마자 그 검은 그림자를 죽어라 묶었다.

"망드릴?"셰바이는 냉소했다.

망드릴은 본래 맨드릴의 통칭이다. 맨드릴은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무수하고 황량한 언덕과 야령이 곳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맨드릴의 수량도 적지 않다. 맨드릴 같은 것은 유난히 고치기 어려워서 능력이 들쑥날쑥하다.어떤 사람들은 유난히 환화되어 사람 모양으로 변할 때 조금의 결함도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더 많은 맨드릴은 아직 덜렁덜렁한 상태에 처해 있다. 녹아내린 사람은 귀신이 아니라 원숭이와 같다.

맨드릴의 일맥에서 최근 몇 백 년이 되었는데 자유자재로 환화될 수 있는 대수위자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인간계를 주관하는 어떤 기구에 근무하고 있었고 나머지 맨드릴은 모두 엉터리였다.여러 사람이 구별하기 위해 앞사람을 맨드릴라고 부르고 기중기들에게 한 등급을 내려'망드릴'라고 부른다.

인간계의 사무를 주관하는 그 무리들은 비록 셰바이와 많이 교집합하지 않았지만, 우물물은 강물을 범하지 않았으며, 800년 동안 한 번 만날 수 없었다.그러나 본질은 요령에 속한다. 만일 어느 날 일이 생기면 셰바이의 손을 거쳐야만 한다.그래서 맨드릴이라도 할 일이 없으면 스스로 셰바이 앞에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덜렁덜렁한 망드릴까지.

정말 지긋지긋하다.

셰바이가 차가운 얼굴로 다섯 손가락을 덥석 쥐자 뼈 관절이 몇 번 가벼운 소리를 냈다.

망드릴을 틀어박은 그 검은 그물이 힘차게 정면으로 향하자 '툭툭'하는 소리가 수십 번 겹쳐졌고, 팽팽한 살갗에 날카로운 물건이 눌러진 것 같았다.그 망드릴은 순식간에 검은 그물 전체에 의해 뿔뿔이 부서지고 펑 흩어져 무수한 영혼으로 변하여  공중에 떠 있었다.


셰바이는 손을 뻗어 여위고 창백한 다섯 손가락을 펴고 그 깨진 영혼들을 모두 손에 빨아들여 암담한 둥근 빛방울로 만들어 손을 뒤집고 거두었다.

그 망드릴이 흩어졌을 때 도자기 목병 하나가 꽝 떨어졌다.이 바닥의 흙이 부드러워도 가는 목은 넘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서 두 바퀴 굴러간 후 우지직 하고 갈라졌다. 

결국 남녀노소가 뒤섞인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듣자 빽빽한 음귀가 순식간에 병에서 쏟아져 나와 조수처럼 미친 듯이 밀려와 순식간에 셰바이를 둘러쌌다.

이 음흉한 귀신들의 몸에는 한기가 서늘하고 원망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라 셰바이의 목구멍 밑이 숨이 막히자 알 수 없는 비린내 나는 피가 치솟으며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무 가시가 가득한 나무 줄기를 한 손에 받쳐 들고 기침을 거의 펴지 못했지만, 그 음귀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갈수록 꽉 짜서, 그야말로 그를 생매장하려고 했다.

이 음귀들은 대충 한 번 훑어봐도 알 수 있다. 횡사하거나 헛되이 죽는것으로서 죽는 꼴을 볼수조차 없게 되였는데 하필이면 첫 7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그 망드릴 수단에 사로잡혀 다짜고짜 그 낡은 도자기 병에 쑤셔 넣은 것은 원망과 원한을 더하는 것이다.

다행히 자신은 백 명의 악귀의 그림자를 지니고있으니 좀 약한것으로 바꾸었더라면 이런 미친 귀신들은 순식간에 그들을 깨끗이 삼켜 뼈부스러기조차 남기지 않았을것이다.


셰바이는 기침을 하면 할수록 더 심해져 한 손으로 그 음귀들을 흩어지게 하였으나 할 수 없이 그는 두 개를 쫓아내면 세 개를 쫓아냈고, 다섯 개를 쫓아내면 열 명을 쫓아냈다.한순간, 그는 하마터면 그 망드릴이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던 모든 횡사귀와 억울한 귀신을 모두 묶어 놓았다고 의심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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