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그해, 하늘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큰 눈이 산을 덮고, 달이 바뀌도록 멈추지 않았다. 평양성의 강성대(降星台)마저 큰 눈에 반쯤 무너졌고, 갓 즉위한 새 황제는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자책 조서를 내리고, 문무백관을 거느려 보리산(菩提山)에 올라 조상과 하늘의 신불(神佛)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천명을 구했다.
제92대 대승교종 종주, 집엽대사(执叶大师)가 직접 제천 의식을 주재했으며, 무려 사십구 일간 이어진 제사 끝에 구름과 안개가 걷히고 큰 눈이 마침내 그쳤다. 그때 은성 대륙은 굶어 죽은 이들로 들판이 가득했고, 원혼들이 구름처럼 몰려 북천에서 성한(星汉)을 향해 치솟았으며, 별의 바다가 요동치고 일곱 개의 신좌가 흔들렸고, 백호가 자미광(紫薇光)을 빼앗으며 제성(帝星)은 빛을 잃었다.
구록산(九鹿山)의 현종도조(玄宗道祖)는 하늘의 기운을 엿보아 천재지변이 가까움을 알아차리고, 세상과 인연을 끊은 채 문을 걸어 잠그고 세 달 동안 칩거하였다가, 봄이 되어 산문을 다시 열고 제자들을 이끌고 입경하여 황제를 알현하고 도를 강론하며 하늘의 기밀을 전한 뒤, 늦봄에 이르러 귀환하였다.
전해지는 말로는, 그 귀로 중에 도조 일행이 어느 황야에서 하룻밤을 묵던 중, 우연히 한 어미 늑대를 보았는데, 온몸이 눈처럼 희고 사람처럼 영물스러워 네 발을 굽히고 도조 앞에 무릎 꿇은 채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경배하는 듯했다고 한다. 도조는 손가락으로 점을 쳐 보고, 이는 운명지어진 인연임을 깨닫고, 제자들에게 그 자리에 머물게 한 뒤 홀로 어미 늑대를 따라갔고, 불과 시각 한 세 번이 지나지 않아 한 남자아이를 안고 돌아왔다. 아이는 비단으로 온몸이 감싸였고, 울지도 않았으며, 목에는 검은 쇠로 만든 ‘시(施)’ 자가 새겨진 쇠패가 걸려 있었다.
어미 늑대는 멀찍이서 그 뒤를 따르며 무려 삼십 리 넘게 바래다주었고, 인간 세상의 마을이 멀리 눈에 들어오자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우우” 길게 울고, 다시 바라보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했다.
이를 본 사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 아이는 틀림없이 큰 운명을 지닌 자라 하였고, 도조는 그에게 ‘무단(无端)’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마지막 제자로 삼아 문하에 들였다.
그 해는 대건(大乾) 2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