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객(木苏里 )

제26장

제26장

그것은 일년 정월 대보름이었고 날씨는 섣달보다 좀 따뜻해졌다. 은무서원의 홍매화는 꽃피는 시기가 차서 세 두 송이가 땅에 떨어져 옅은 냉향이 풍겼다.

그 동안 셰바이가 죽지 않은 몸이라는 인과적인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음객의 기연이 우연히 백 년의 수명을 얻었을 때 셰바이의 임기는 당연히 백 년을 순연했다.

그러나 그가 백 년 동안 부담 없이 한가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일찍이 그는 칠팔세 부터 은무서에게 체내의 음사기를 정화하고 흡입하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이 해 정월까지 꼬박 15년이 되었다.

그의 음시기는 처음 연화되어 효과가 있어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고 흩어질 때는 먹빛이 흐르는 검은 안개와 같다.

15일 오후 내내 셰바이는 검은 안개를 어떻게 만질 수 있는 실체로 바꾸는지 연습했다.

은무서는 원래 넓은 두루마기와 큰 소매의 선기가 능란한 긴 옷을 좋아했는데 이런 심미는 자연히 셰바이에게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그의 두루마기 모양은 은무서와 차이가 없다.그래서 그날 오후, 셰바이는 손을 들어 검은 안개를 걷어낼 때마다 흰 구름과 눈처럼 흰 넓은 소매가 손바람에 끌려와 두 주름을 가볍게 쌓아 올리고 소매 밑의 근육과 뼈가 약간 튀어나온 수척한 손목을 드러냈다.

 

은무서는 한가로이 웃는 얼굴로 자청하여 셰바이의 표적이 되어 오후 내내 연습에 동행하였다.


저녁이 되여 휴식할 무렵, 셰바이는 안개를 걷고서 그를 바라보면서 그의 평가를 듣고싶었다. 이를테면 안개가 그의 손바닥을 때렸을 때 나오는 감촉은 진짜인가?꽉 감았을 때 힘이 충분한가?


결국 은무서는 웃으며 그의 소매를 가리키며 말했다. "춤추는 게 참 예쁜데, 한 소절 더?"

셰바이는 순식간에 얼굴에 반신불수가 되었다. "..."

은무서는 원내석 탁자 위에 널려 있는 책을 들고 웃으며 방안으로 향했다. 비어 있는 다른 한 손은 몸 옆에 늘어졌고 넓은 소맷부리에 반쯤 가려져 하얗게 빠진 손가락 마디만 드러났다.

그는 셰바이 곁을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셰바이의 머리 꼭대기를 한 번 더듬었다.

셰바이는 만지는 것이 어리둥절하여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는데, 은무서가 그의 앞에 손바닥을 펴놓고, 손바닥에는 언제 셰바이의 머리에 떨어진지 모르는 매화 한 송이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꽃 한 송이를 달고 춤을 추니 아주 맛이 있어."


셰바이: "..."

그는 이때 이미 스무 셋으로, 열 살 남짓한 소년의 기운이 사라지고 이목구비와 키가 철저히 자라서 더욱 보기 좋고 기질도 더욱 추워졌다.

은무서는 가끔씩 허장성세로 후회하며 애초에 눈이 와서 셰바이에게 이런 이름을 지어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셰홍(谢红), 셰화(谢火) 따위라고 하면 이렇게 얼지 않았을 것이다.

 

셰바이는 이런 허튼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표정하게 그를 한번 쳐다보더니 느닷없이 손가락을 잡아 그가 걸터앉은 대나무침대를 걷어치우군 하였다.

그러나 이날 은무서는 대나무 침대에 전혀 눕지 않았고 셰바이 역시 피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정원 밖에 걸려 있는 등불을 쓸고 입을 벌리고 은무서 향해 제의했다.

"정월 대보름날 풍속에 따라 부원자(浮元子)를 해먹잖아 내가 가서 한 그릇 해줄게"

 

부원자는 바로 원소 (元宵)이다. 그러나 은무서는 최초의 민간의 칭호를 따라 습관적으로 불렀고, 오늘날까지도 그 칭호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셰바이도 자연히 이런 명칭에 더욱 익숙해졌다.당시 그는 여전히 음식을 잘 먹지 못하였으며 원소에 대한 모든 지식은 여전히 은무서에서 비롯되였다.

 

옛날, 정월 대보름, 셰바이는 흥이 나도 자발적으로 일을 맡아서 작은 그릇을 만들곤 했는데, 고대로 소(馅儿)를 고르곤 했는데, 때로는 대추로 만든 것이고, 때로는 말린 계수꽃과 설탕에 섞은 것이고, 때로는 참깨를 섞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셰바이는 생각을 바꿨다.

그가 방안에서 가루를 넣고 소를 조리할 때, 은무서가 두번이나 왔다갔다하며 들여보려 했지만, 모두 셰바이에게 가로막혀 나갔고, 마지막에는 아예 문을 단단히 막아 문짝 바깥으로 은무서를 찍어버렸다.

그는 줄곧 손발이 빨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원소 한 그릇을 삶아 은무서 앞에 내놓았다.

여섯 개의 동전만한 원소가 그릇속에 둥실둥실 떠있는데, 뽀얗고 동글동글하며, 뜨끈한 물기속에서 특유의 향기로운 찰기가 풍겨 식욕을 자극한다.

은무서는 숟가락 자루를 쥐고 가볍게 두 번 휘저어 하나를 떠먹었다.

 

그는 두 번 씹자마자 뻣뻣해졌다.그  후,"꿀꺽"배를 삼키고 목이 메며 말했다.
"소년.너 도대체...이 안에 얼마나 많은 걸 넣은거야?"

셰바이는 손가락을 굽혀 그에게 한 번 세어 주었다. "연밥, 팔각, 마른 매화, 로염(卤盐), 소금, 설탕, 산삼, 겨울 미나리."

은무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

그러나 그는 잠시 푸르러졌는데도 숟가락 손잡이를 잡고 남은 것을 하나하나 떠먹었다.

"일단 익숙해지면 재미있네."은무서가 고생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한마디 위로를 하자 그는 숟가락으로 마지막 원소 찰기껍질을 찔러 입을 통해 흘러나올 소를 갈았다.

 

"샤오바이."은무서가 느닷없이 입을 열어 소리쳤다.

 

셰바이는 무의식적으로"응?"라고 의문을 던졌다.

결국 입을 벌리는 순간 은무서는 재빨리 숟가락으로 혀끝을 찔렀다. 그러자 웃으면서 그릇에 있는 마지막 원소를 퍼내어 먹었다."못 먹어도 돼. 맛 좀 봐바."


셰바이는 혀끝 전체가 안 좋아졌다. "..."

사실 꿈속의 셰바이든 당초의 셰바이든 모두 그때 은무서가 정말 그를 응석받이로 대해주었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원소를 만드는것을 알면서도 그는 마지막에 조금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었다.

은무서는 술잔을 거두고 셰바이를 데리고 문을 나섰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는 민간의 가장 흥청거리는 등불 축제가 있는데,은무서는 셰바이가 일 년 내내 외부인과 접촉하지 않으면 답답할까 봐 특히 이럴 때 셰바이를 데리고 시정 거리, 등불 수집장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이 사는 지역은 강남과 인접해 있고, 종횡으로 교차해 강을 따라 굽이쳐 길을 잃기 쉽다.

 

은무서가 셰바이를 데리고 동쪽의 등회거리로 나갔을 때, 거리가 왁자지껄하고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쯧'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가 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그의 뒤에서 반 걸음 정도 떨어진 셰바이도 따라 멈추며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

 "왜 안 들어가?"

 

은무서는 근심 어린 얼굴로 셰바이를 쳐다보고, 또 오색찬란한 사람의 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두 바퀴를 돌면 잃어버릴 거야."

셰바이: "..."

은무서는 그의 얼굴이 또 반신불수가 된 것을 보고 "에이" 하고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는 척하며 셰바이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이렇게 하자. 낡은 버릇이야. 손가락으로 잡아줄게."

셰바이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15년 전의 낡은 규칙."

은무서는 "쯧" 하고 반박했다. "어떻게 15년 전이야? 너는 다섯 살에서 여덟 살까지 이렇게 끌었어."

그러자 세바이는"그래, 뻔뻔하게 네가 알아서 해."라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나만 끌고 다니기 민망한데?"은무서는 새끼손가락을 셰바이 앞에서 흔들었는데 셰바이는 전혀 마음을 고쳐먹지 않자 아쉬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거두었다.

 

그는 계속하여 거리를 향해 걸음을 내디디는데 황황한 등불이 눈동자에 비치여 온통 밝아졌다.

셰바이는 몇 발자국도 따라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은무서의 손이 다시 뻗어 손바닥이 위로 향하고 다섯 손가락이 느슨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합쳐지지 않아서 손가락 하나하나 사이에 틈이 있었다.단지 그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는 한쪽으로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표정이 평소와 같았으며, 모든 동작은 마치 무심한 초대와 같았다.

셰바이는 이 행동에 어리둥절하여 몸 옆에 늘어진 왼손 손가락이 넓은 소매 밑에서 의식적으로 두 번 움직였다.그는 고개를 들어 은무서의 얼굴을 보았고, 또 은무서가 내민 오른손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망설인 후에 그는 마침내 왼손을 들어 은무서의 손바닥에 놓았다.

은무서는 다섯 손가락을 셰바이의 손가락 사이에 자연스럽게 꽂아 넣고 서로 연결된 자세로 셰바이를 거리안으로 끌어들였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빠져드는 순간, 셰바이는 그가 어쩔 수 없이 또 우스운  듯 한마디 하는 것을 들었다

"이렇게 해도 잃어버릴 수 있다면 나는 정말 너에게 방법이 없다."

“这样要是还能丢,我就真拿你没法子了。”

'음객(木苏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8장(유료분 시작)  (0) 2022.08.11
제27장(무료분 끝)  (0) 2022.08.11
제25장  (0) 2022.08.11
제24장  (0) 2022.08.11
제23장  (0) 2022.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