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그들은 그때도 고양가에 살았는데, 집 뒤는 강이고, 집 앞에는 정원이 있었다.
그때가 늦봄 저녁이었는데, 뜰에는 복숭아꽃이 마침 피어 흐릿하게 피어 있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바람 한 점 못 이겨 이따금씩 몇 개의 꽃잎이 떨어지곤 했다.
은무서는 나른하게 나무 밑 돌상에 앉아 술을 마셨다. 이 사람은 늘 궁리만 하고 술을 마시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한 잔을 가득 채운 후에 굳이 복숭아꽃 한 잎을 술 속에 끼워 넣으려고 하니 매우 소란스럽다.
그는 혼자 소란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10살 남짓한 셰바이를 끌고 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술을 입에 대지 못하게 셰바이에게 봄차 한 주전자를 끓여 주었는데, 자기 잔에 옅은 청록색으로 술을 따르면서, 또 일부러 복숭아꽃 한 꽃잎을 달아놓았다.
셰바이는 그때 마침 그의 방에서 펼쳐온 장서를 보고 있었는데 복숭아꽃잎을 훑어보고는 입을 열지 않았다.은무서가 술을 마신 것을 보고 나서야 책장을 넘기면 말했다. "나는 오늘 아침 꽃에 벌레가 떨어진 것을 보았어."
은무서는 술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바로 뱉으려고 했다. "..."
셰바이는 고개를 들어 그의 푸른 얼굴을 보고 입을 오므리고 웃으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았다.
은무서는 심드렁하여 다시 한 잔의 술을 따르더니 이번에는 불평하지 않고 직접 입을 벌려 배에넣었다. 그것은 아마도 벌레의 그림자를 덮으려 해서였던것이다. 그리고나서 가볍게 셰바이의 머리를 두드렸다.
"앞으로 할 말이 있으면 일부러 참지 마라 너 나이가 몇인데 사람을 희롱하고 누구한테 배운거야?"
셰바이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너."
은무서는 이 말이 매우 이치에 맞고 반박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서 웃으며 내버려 두었다.
"혼백이 묶이면 기분은 어때?"셰바이가 책을 뒤적거리다가 느닷없이 문제를 던졌다.
"무엇을 보고 있어?"은무서는 물음에 어리둥절했다.
셰바이는 책을 들고 그의 눈앞에서 흔들거리며 말했다. "혼을 묶는 술."
은무서는 가볍게 "오" 하고 고개를 숙이고 술을 두 모금 마셨다.그제야 느릿느릿 입을 열어 대답했다. "잘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괴로울 거야. 생명의 근본이니까. 맞은편 도오전당에서 자꾸 희한한 물건을 가지고 너를 속이는 낙사장. 그는 며칠 전에 혼이 나서 3일동안 토 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하던데 이틀사이에 좀 나았다. 그래도 가벼운 편이였지 …더 무거우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지 알 수 있다"
은무서의 그때 묘사는 지금 셰바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 하얀 조각이 도대체 무엇이든지 간에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그의 뿌리에 부딪히니 셰바이는 좀 우습다고 느꼈다.최근 몸 상태가 이상해지고 있는 자신의 상황과 관련….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설마 뒤에서 그를 부추기는 사람도 있는 건 아니겠지?
그는 그 메스꺼움을 참으며 눈살을 찌푸리고 몸을 곧게 펴고 손을 뻗어 네모난 조각 나무 상자를 열었고, 나무 상자 안에는 낡은 동전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고맙게도 한 줌도 많지 않고 적지 않게 여섯 개를 잡고 나왔는데, 뒷짐을 지고는 곧 네모난 탁자 위에 뿌렸다.그는 가늘고 긴 식중의 두 손가락을 펴고, 날렵하게 몇 번 돌려 그 동전을 앞뒷면 상태에 따라 괘를 배열한 후, 다시 모든 동전을 몇 초 동안 주시하였다.
그의 품속의 작은 검은 고양이는 이미 영박을 풀었다. 이때 목을 곧게 펴고 그 동전 괘를 보고 있었다. 두 번 보자마자 셰바이가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말했다. "뭘 함부로 봐?"
작은 검은 고양이가 목구멍에서 두 번 코를 골며 항의했고, 손발을 짚고 셰바이의 손을 잡아당겨서 다시 고개를 돌려 방석을 바라볼 때, 셰바이는 이미 그 6개의 동전을 나무 상자에 다시 넣어 뚜껑을 닫았다.
작은 검은 고양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셰바이는 고개를 숙이고 그것을 한 번 훑어보았다. "됐어, 나도 계산해 내지 못했어. 네가 봐도 명성을 알 수가 없어."
동전 점괘는 역시 그가 어렸을 때 은무서에게 배웠기 때문에 피상적인 것만 배웠고 간단한 것을 계산하는 것은 그런대로 쓸모가 있다. 복잡한 것을 만나면 지독하다.셰바이는 한때 은무서가 그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거나 자신도 복산 따위에 정통하지 못했는지 의심했다.셰바이는 그가 무슨 일을 점쳐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항상 때가 되어서야 느릿느릿 대답을 해 주었다.
셰바이는 그처럼 그렇게 게으르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의 이 상황이 근원을 따지지 않고 그 발전에 맡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음객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런 일을 점쳐보면 진정으로 정통한 그는 루함월이라는 사람을 안다. 당초에 그들과 같이 고양가에 살았는데 술집 주인이었다. 은무서가 자주 마시는 술은 모두 그녀에게서 산 것이다.
지금의 고양가는 이미 강무시 서성의 고양대로가 되었다. 왕조가 물시비를 바꾸자 그는 일찍이그곳으로부터 옮겨왔지만, 도오전당의 낙사장과 주점의 루함월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다.
물론, 은무서의 태현도도.
셰바이는 본래 하룻밤을 쉬고 그 어지럽고 메스꺼움이 완화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고양대로에 가서 루함월에게 누가 뒤에서 훼방을 놓았는지 따져 보라고 했다. 만약 대체적으로 위치를 정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이런 느낌은 호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음날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다른 것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유일한 문제는 셰바이가 영음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만령수가 심어진 방에 자물쇠를 채우고 일주일 가까이 조리한 후에야 마침내 그 느낌을 절반 정도 눌렀다. 머리가 약간 어지러운 것 외에 다른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
이번에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이른 아침에 검은 고양이를 집안에 안착하고 목도리를 두르고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골목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틈을 타서 검은 안개를 걷어내고 나와 강무시 고양대로 직통하는 영음문을 열었다.
그는 이미 여러 해 동안 그곳에 가 본 적이 없어서, 단지 기억으로 대체적인 발판을 정했을 뿐이다.
고양대로는 강무시의 번화가가 아니라 오히려 교외에 가깝고 중점 중학교 부근에 있다.셰바이가 땅에 떨어졌을 때 겨울의 옅은 햇빛이 아침 안개 속에서 막 비쳐 나왔고 옛 양대로 전체가 조용했다. 심지어 오가는 차량과 행인도 없었고 유일한 동정은 먼 곳의 중학교에서 나왔다.
셰바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빛에 적응하자마자 고개를 돌리자 자신이 약간 모방된 작은 건물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건물은 이 거리의 대부분 상점과 풍격이 일치하는데 보기에는 매우 조화롭고 조금도 튀어나오지 않는다. 유일하게 다른 것은 이 건물에 간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판을 달지 않는 것은 정말 아무런 표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많은 마당 문과 마찬가지로 이 작은 건물 문 앞에 두 마리의 문지기 돌짐승이 쭈그리고 앉아 있다. 그 돌짐승의 이마에는 각각 원형의 자국이 새겨져 있다. 보통 사람들은 언뜻 보면 그것을 귀신의 부적으로 여겨 내용을 자세히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용도 알아볼 수 없다.
그러나 셰바이는 그 두 인장에 포함된 두 글자인 태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 역시 머리에 안개가 끼었다. 영음문을 열고 직접 자신을 태현도 대문 앞까지 열었다. 셰바이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
더욱이 그를 어이없게 한 것은 그가 작은 건물의 대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보고'너무 일러서 아무도 안 일어났어' 표정을 지으며 발을 들어 이곳을 떠나 루함월의 현재 거처를 찾으려고 했는데 고개를 돌리자마자 맞은편 도오전당에서 한 사람이 나와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은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