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그때 셰바이는 여위고 작아서 키가 어른 허리에도 못 미쳤고 고개를 들어도 은무서의 여윈 턱만 보였다.
당시 요괴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 괴상한 모습으로 분장하였고 파는 물건도 더욱 가지각색이였는데 그들은 가장 눈길을 끄는 각종 물건을 골라 긴 줄로 꿰어 노점의 깃발 위에 세워 살아있는 간판으로 삼는 것을 좋아했다.
셰바이가 그때 본 첫 번째 "간판"은 눈동자였는데, 무엇에서 파냈는지 그 위에 심지어 핏줄이 붙어 있었다.그 눈동자가 바람을 맞으며 날아와 맨 끝에 있는 셰바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차갑고 매끄러운 촉감에 놀란 셰바이는 소리를 질렀다. 한 손에는 은무서의 허리춤에 있는 옷을 꽉 잡고 한 손에는 그의 손가락을 쥐고 은무서 뒤에 머리를 대고 아무리 잡아당겨도 나오지 못했다.
어릴 때의 셰바이는 정상적인 음식을 먹을수 없었으며 보통 아이들보다 약간 여위었고 손마저 가늘고 작았지만 은무서는 손바닥이 아주 컸으며 손가락이 희고 가늘었다.그는 은무서의 손을 꽉 잡을수 없어 외출할 때마다 은무서는 네 손가락을 허공에 쥐고 새끼손가락만 내밀어 그에게 잡아주었다.
특히 요괴시장 같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 들어가기 전, 은무서는 늘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한 마디 묻곤 하였다.
"꽉 잡았어?"
북해 요시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정말 자극적이고 신기해서, 처음 들아간 셰바이가 두려워하면서도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 몹시 애를 태웠다.
다행히도 은무서가 있어서 그는 종래로 말끝마다 달리는 것을 좋아하였다.가는 길에 각종 신선한 물건을 가리키며 셰바이에게 보여 주었으며, 진지한 허튼소리를 해서, 아이를 속여서 초고를 쓸 필요도 없었다.
그는 일부러 평범한 것을 무섭게 말하고, 셰바이를 어리둥절하게 한 뒤 손가락을 더 단단히 쥐어짜기도 하고, 셰바이가 정말 놀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를 하며 얼렁뚱땅 셰바이를 뒤에서 끌어내곤 했다.
요괴시장에는 붐비는 노점상 외에도 양쪽에 각양각색의 식당과 술집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입구에 천막을 세우고 따끈따끈한 간식을 팔기도 한다.
그때 은무서는 그에게 매우 익숙해져서 어떤 물건을 두 번 더 보면 그는 항상 고개를 돌려 사주었다. 요괴시장 중간에 있는 어떤 집에서'먹점백옥'이라고 하는 수프를 끓였는데 그것은 바로 어탕에 각종 신기한 재료를 넣고 반나절이나 끓여 생선살을 속에 녹이면 우유처럼 하얗고 걸쭉한 국물속에 검은색의 생선두개골만 보일락말락 떠있는것이다. 신선하고 향기로우며 뜨겁고 이런 추운 날에는 그야말로 추위를 몰아주는 훌륭한 음식이다.
셰바이는 그 집의 향기에 걸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은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그릇을 사서 세바이을 데리고 앉아서 하나씩 먹었다.
금방 먹고 별 이상이 없었지만 결국 얼마 가지도 못한 셰바이는 벽밑에 엎드려 깨끗이 토해내였다. 하마터면 목숨이 반 토막 나갈뻔했다.
은무서는 쪼그리고 앉아 그를 안고 주령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며 "쯧" 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네...."
온몸이 세바이가 팔뚝에 감긴 검은 고양이가 살며시 소리를 지르고, 발을 들어 셰바이의 손목을 두드렸고 꼬리를 말아 놓았는데 약간 불안한 것 같았다.
셰바이는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는 중에 눈을 떴다. 먹점백옥의 냄새가 아직 코앞에서 사라지지 않은것 같았다. 그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 고양이 발에 눌려 있는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전의 창백함과 달리 셰바이의 손은 지금 청회색을 띠고 있다. 피부를 통해 은은하게 볼 수 있던 근맥이 갑자기 사라지고 오히려 느슨한 혈점이 나타나 마치 멍이 든 것 같다.
그는 실눈을 뜨고 잠시 침묵하고 있다가, 갑자기 손가락을 들어 검은 고양이의 턱을 긁으며 말했다.
"또 배가 고픈 것 같은데, 뭐 필요한 거 있어?"
원래 그의 팔을 감싸고 약간 초조해하던 새끼고양이는이 말을 듣자 즉시 꼬리를 풀고 그의 어깨에 뛰어오르더니 얌전히 앉아 셰바이가 먹이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아주 위엄이 있었다.
셰바이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준비가 다 된 검은 고양이를 향해 입꼬리 반을 가리키며 "후회하지 마."라고 말했다.그 웃음은 왠지 모를 솜털이 곤두서고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검은 고양이: "...?!"
도둑배에 타면 내리려고 해도 내릴 수 없고, 변태를 만나면 도망가려고 해도 도망갈 수가 없다.
작은 검은 고양이는 세바이에게'음기가 심하니 곤두박질치지 마라'는 명목으로 영박으로 네 발을 자신의 팔에 고정시키고 품에 반쯤 껴안고 고양이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꼬리 끝을 잡고 입을 봉해'살려주세요'도 부르지 못했다.
작은 검은 고양이: "..."
보통 고양이라면 먹이 찾기에'음기가 심하다'는 말이 왜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밖에 나가서 먹을 거 사오는 거잖아...
몇분후 시이웃에 있는 황두진에 갑자기 여위고 키가 큰 사람이 나타났는데 황두산으로 통하는 흙길을 소리 없이 걸어갔다.
흙길은 황두진 변두리의 오래된 마을과 이어져 있는데, 양쪽에는 마을의 넓고 조용한 논밭이 펼쳐져 있다.이 길은 울퉁불퉁하여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두 사람이 더 있으면 그중 하나는 낮은 밭으로 떨어져야 했다.
마을은 본래 집이 느슨하고 한밤중에 불빛도 조금도 없고 칠흑같이 어두웠으며 산꼭대기의 끊임없이 그림자만 조용히 앞에 엎드려 있어 약간 귀신 기운이 삼삼해 보였다.
셰바이는 한 손으로 검은 고양이의 꼬리 끝을 비비고, 한 손으로 가볍게 손가락을 치자 엄지손가락에 불꽃이 튀었다.그가 손바닥을 펴자, 두 장의 칙칙한 노란색 종이쪽지가 그의 손바닥에 나타나서, 각각 한 줄씩 기록되어 있었다——
한 장에는 '황두산 무명총 무덤에 세 그루 버드나무'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한 장은 어가(渔家)로 강을 건너 서쪽의 음어(阴鱼)를 잡는다라고 쓰여 있다.
새끼 검은 고양이는 그럴듯하게 동그란 눈을 부릅뜨고 가늘고 긴 노란 쪽지 두 장을 잠시 쳐다보더니 재미없다는 듯 싫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두장의 종이에 쓴 글자는 셰바이가 쓴것인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괴이한 네 구의 시체를 기록한것이였다.
이 몇 구의 요귀 시체의 상황은 아직 정확히 조사하지 못했는데, 그는 마침 배가 고파 먹을 것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그는 다른 데로 가기도하고, 아예 요괴 시체의 정보를 따라 그들이 처음 있던 곳으로 찾아가기도 하였다.
아주 길어 보이는 흙길이 그의 발밑에서 잠깐 사이에 머리에 이르렀다. 그는 황두산 산꼭대기에 있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진 두 별을 올려다보고 대략적인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산속의 바람은 음산하고 추웠다.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다른 무슨 원인인지 셰바이의 기침이 이전보다 훨씬 심했다.처음에는 답답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몇 걸음 올라가면 계속 기침을 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손을 들어 검은 고양이의 머리를 훑으며 말했다.
"길을 모르면 정말 귀찮아...먹을 것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