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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priest)

금슬 36장(무료분 끝)

제36장 비밀

 

백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꺼져!”

시무단은 이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었는데, 원래 약간 흐릿하던 머리가 그 낮고 단호한 한마디에 놀라서 조금 정신이 들었고, 오장육부도 함께 두 번쯤 떨리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한 그루 큰 나무 뒤에 숨기고, 어떤 고수는 말 속에 ‘의(意)’를 담을 수 있다고 들은 것이 떠올랐다.
어떤 건 사람의 마음을 홀릴 수도 있고, 어떤 건 상대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백리는 그와 말할 때 언제나 새색시처럼 조용히 속삭이듯 말하곤 했다 마치 다른 이에게 들릴까 두려운 듯 조심스러웠기에, 시무단은 이런 말투의 그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녀석, 앞과 뒤가 다른 타입인가?” 시무단은 흥미롭게 생각하며, 누가 또 그를 건드렸는지 보기로 했다.

하지만 비록 호기심은 있었고, 벽 넘어 엿듣는 저급한 짓을 하려 해도, 자신이 몇 푼짜리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함부로 다가가진 않았다.
조금 생각한 후 그는 손을 뻗었고, 넓은 소매 안에서 가느다란 실 한 가닥이 나왔다. 바로 성반에서 뽑아낸 성사(星絲)였다.
소리도 없이 땅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생명이 있는 것처럼 흙 속으로 파고들었고, 점점 더 길어졌다.

시무단은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고, 성사의 한쪽 끝에 댔다. 가느다란 피방울이 곧바로 실 안으로 빨려들었고, 성사 위에 희미한 빛이 일더니, 손바닥 크기의 흐릿한 그림자가 실 위로 떠올랐다.
시무단은 그제야 똑똑히 보게 되었다. 백리는 손에 쟁반을 들고 있었고, 아마도 부엌에서 가져온 것이리라.
그 맞은편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아니, 그중 하나는 사람이 아니라, 공중에 흐물흐물 떠 있는 검은 조각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검이 금방이라도 뽑힐 듯한 살벌한 분위기는 충분히 느껴졌다.

백리는 냉소를 한 번 지은 뒤, 다시 그 조용한 말투로 돌아왔지만, 말 속에는 서늘한 살기가 번지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난 몰랐는데, 언제부턴가 내 행적이 너희가 파악해야 할 일이 되었는지 말이야.”

그 종잇장 같은 검은 물체는 겁을 먹은 듯 살짝 뒤로 떠밀렸고, 옆에 있는 사람은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군께서 오랜 시간 유람하셨기에, 안색이 염려되신 안 대인께서 특별히 부하들로 하여금 찾아오게 하셨습니다.”

시무단은 원래 호기심과 한가한 표정이었지만, “마군”과 “안 대인”이란 두 단어를 들은 순간 그 표정이 모두 사라졌고, 원래도 창백하던 얼굴에서 피기가 전혀 사라졌다.
“안 대인…… 안 대인?”

그는 문득, 몇 년 전 구록산에서 보았던 태도는 온화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안진을 떠올렸다.
설마 그 사람인가? 백리가 그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백리는 싸늘하게 말했다.
“돌아가서 안진에게 전해라. 그는 참견이 지나치다.”

과연 그였다!

시무단의 마음속에 문득 희미한 추측이 하나 피어올랐다.
마치 차가운 돌덩이를 삼킨 듯한 기분이었다.
원래도 시큰거리고 불편했던 위장이 더 무겁고 묵직해졌다.

“왜 만마지종은 갈라졌는가?”
“왜 백리는 그 안에 떨어졌으면서도 다시 나올 수 있었는가?”
“무엇을 의지해 만마지종을 찢고 나왔는가?”
아니면……

백리 앞에 선 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군께서는 대의를 먼저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지 않더라도, 원래 마군께 속해야 할 그 물건을 다시 찾고 싶지 않으십니까?”

백리는 대답하지 않았고, 주변 공기만 더욱 음침해진 듯했다.

시무단은 멍한 상태로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소인이 알기로, 마군께서는 법력이 끝이 없으십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재주가 많으면 몸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게다가 법력은 끝이 없고, 마군께서는 혹시 더 높은 경지에 오르고 싶지 않으십니까?”

“당신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가, 그건 바로 우리 대건(大乾) 나라의 국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일들은 모두 작은 일이고, 마군께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 같은 능력을 지닌 분에게 감히 ‘안 된다’고 말할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세상의 일은, 돈으로 살 수 있으면 사고, 돈으로 살 수 없으면 빼앗고, 빼앗을 수 없다면 위협과 이익을 쓰면 됩니다.
위협과 이익으로 얻지 못할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 사람은 잠시 말을 멈추고 백리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 얼굴에 더한 불쾌한 기색이 없음을 보고 나서야, 다시 공손히 계속 말했다.
“돈이 있는 이는 일등 능력자요, 수단으로 빼앗을 수 있는 이는 이등 능력자요, 최상급의 능력자는 바로 ‘위협과 이익’으로 움직이는 자입니다.
하늘 아래 그물을 쳐서 누구도 도망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위협’이며, 별과 달을 내줄 수 있을 정도로 무한히 베풀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익’입니다.
소인이 듣기 거슬릴 말을 하나 드리자면, 당신은 지금의 능력으로는 겨우 이등 사람일 뿐……”

백리는 냉소를 내뱉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말이 통했다고 여긴 듯 조용히 말했다.
“마군께서도 스스로 아실 겁니다. 작은 것에 얽매여 큰 것을 잃지 마시고, 주와 종을 분명히 하십시오.
당신이 언젠가 일등 능력자가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뭐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뭘 또 고민하고, 갈망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시무단은 생각했다.
“진짜 말 너무 잘한다.”

그는 지금 완전히 깨달았다.
만마지종의 지반이 갈라지기 시작한 건, 바로 안회보가 산등불을 켠 그 순간부터였다.
그때 인과가 맺어졌다——

왜 백리가 만마지종을 빠져나올 수 있었는가?
그가 “아버지”라고 부른 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했고, 반드시 안팎이 손을 맞춘 이가 있었다.

70년을 빌린 목숨,
빌린 건 분명 이 광대한 강산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기운,
간신히 연명하고 있던 생명력.
그 생명력을 이용해 만마지종에서 백리를 내보내고,
마종과 산등불 사이의 인과를 엮어,
왕실의 허름한 용상(龍椅)에 남은 기운을 지탱한 것이다.

시무단은 문득 소리 없이 웃었다.
안진, 진짜 인재구나.

그는 안개 속에 흐릿이 보이는 백리를 바라보며, 목이 갑자기 바싹 말랐다——
“리자……(小離子)……”

백리는 오랜 시간 말이 없었다가, 한참 뒤에야 손을 휘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서 너희 대인에게 전해라, 나는 나대로 분별이 있다.”

그 뼛속까지 서늘했던 살기는 이미 사라졌고,
그 맞은편 사람도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몸을 숙여 인사한 뒤, 종잇장 같은 검은 그림자를 데리고 소리 없이 물러갔다.

그 사람은 아마도 사람의 얼굴빛과 말투를 잘 살피는 자였고,
백리의 어조를 듣자, 자신의 말이 효과가 있었음을 직감했다.

시무단도 사람의 말투를 잘 살피는 자였고,
그 어조를 듣자, 당연히 알게 되었다……

 


백리 애칭 小離子(샤오리자)인데 너무 길어서 리자로 줄였어요 무료분끝에서 말하는 귀찮음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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